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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뉴라이브러리 뉴스레터 6호
첫 번째 버스킹,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10월에 보름 일정으로 버스킹을 다녀왔다. 느티나무도서관이 도서관 건물을 떠나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가는 버스킹이다. 전국 순회를 목표로 출발한 첫 번째 방문지는 올해 독서대전이 열리는 전주시였다. 전주로 떠나기 전, 우리는 버스킹에 올 사람들을 위해 여행자용 탑승티켓을 준비했다.
“나이, 성별, 직업 등 지금까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내 삶을 새롭게 구성할 힌트를 전시에서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삶을 전환하는 여행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장소는 전주시청 로비. 한쪽에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꿈앤카페’가 있고 복층구조로 계단을 타고 오르면 ‘전주책방’이 아늑하게 자리한 곳이다. 공간 연출을 맡은 노사이드랩이 로비 한가운데를 전시장으로 변신시켰다. 이곳에서 10월 7일부터 18일까지 느티나무 사서들이 ‘오늘의 사서'가 되어 시민들과 만났다.
버스킹에서 만나는 컬렉션 서가는 이런 모습. 느티나무도서관 컬렉션 가운데 18가지 주제를 골라 전시했다. 그동안 도서관 안팎에서 만난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던 <나이 듦에 대하여> <우울증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결혼하지 않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 <나는 왜 이 일을 계속하는가>는 전주 시민들도 공감을 보였다. <맛있게 취한 사람들>은 전주를 생각해 고른 컬렉션. 전주에서는 음식점에서 다양한 요리에 모주를 곁들여 먹는 걸 흔히 본다. 가게 앞길에서 한잔 하는 가맥(가게맥주)도 전주 사람들이 애정하는 음주문화다. 역시나, 이 컬렉션 앞에서 머문 사람이 많았다.
출퇴근 길에, 점심시간 카페 오가는 길에 로비를 지나는 시청 직원들은 몇 번씩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볼일 보러 온 다른 기관 공무원, 교육 들으러 온 시민, 하루는 시위하러 온 사람들도 만났다. <도시, 재개발보다 재생> 컬렉션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본인을 도시계획 관련 종사자라고 소개한 분은 신간 정보를 알려주었다. 영화 공동체 활성화 시범사업을 홍보하러 온 청년도 만났다. 공동체와 도시재생이 영화 부문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곳, 역시 전주였다.
특별 컬렉션은 트윈세대(tweenager) 컬렉션. 배경은 첫 번째 버스킹을 전주에서 한 이유와 관계가 있다. 전주시립도서관이 12월 문 여는 중화산도서관에 12~16세 전용 공간을 준비 중인데, 느티나무처럼 컬렉션 서가를 운영할 예정인 것. 더위가 가신 8~9월 전주시립도서관 사서와 느티나무도서관 사서가 서로 전주와 용인을 오가며 만났다. 전주시 11개 시립도서관 사서가 모여 컬렉션 연수도 했다. 참가자들이 각자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함께 만든 <진짜 사춘기가 왔어!> 컬렉션은 이번 버스킹에서 ‘인기 짱’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전주시립도서관 사서들은 하루 2명씩 ‘오늘의 사서’로 직접 만든 컬렉션과 ‘우주로1216’의 개관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전주와 용인, 공립과 사립의 사서가 그날그날 알콩달콩 주고받은 이야기도 버스킹이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느티나무도서관에는 없고 컬렉션 버스킹에는 있는 것이 있다. 컬렉션 카드다.
전시장에서 당장 빌려갈 수 없어서 읽고 싶은 책을 사진으로 찍는 분들이 많다.
“도서관에서 책 빌리실 때 참고하세요.” 하고 카드 게시판을 안내한다.
앞면엔 컬렉션 제목, 뒷면엔 책 목록이 적힌 카드는 누구나 반가워한다.
버스킹에 온 사람이 마음껏 가져갈 수 있게 컬렉션 카드를 넉넉히 준비했는데
<진짜 사춘기가 왔어>와 <나이듦에 대하여> 카드는 줄어드는 속도 1, 2위를 기록했다.
버스킹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초대하는 행사. 10월 7일 전시 첫날에는 싱어송라이터 ‘도마’, 10월 14일에는 독립출판계에서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작가 태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서울에서 활동 중인 도마는 전주 출신 음악가다. 아픈 다리를 하고 밝은 얼굴로 나타나서, “화분의 꽃이 웃을 만큼 맑은 날… /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했네 // 슬픔은 저기 골목 끝까지 갔다가 / 내가 부르면 달려오고…”(<소녀와 화분>에서) 같은 정제된 노랫말을 어떻게 얻는지 들려주었다. 글 쓰는 사람 태재의 워라밸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길을 선택해 지금의 자신에 이른 과정과 자기 발견의 시간들을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톤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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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청에서 많이 젊어진 행정을 느꼈지만, 시청은 일의 공간이지 문화와 즐거움의 공간이 아니었다. 도마와 태재, 그리고 두 행사를 진행한 문화기획자 정지원, 세 사람 모두 말하자면 2030이고, 관객은 일삼아 찾아온 4050이 많았다. 관객들은 자기 길을 열심히 걷는 젊은이들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곳이 원래 어떤 공간이었는지 까맣게 잊었고, 야외의자의 딱딱함이나 세대의 차이도 방해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아껴둔 전시코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버스킹 관람자가 해답을 찾고 싶은 질문,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를 적는 게시판이다. 느티나무도서관 사서들에게 컬렉션 작업을 고민하라는 제안인 셈이다. 전주에서 25명의 이야기가 새롭게 모였다. -서툴러도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싶어요. 괜찮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이제 막 가정을 갖게 된 20,30대를 위한 책!! -올바른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시민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나’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너답게 살아, 나답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근데 왜 나다워지기 어려울까요? ‘나'는 어떻게 되는지 고민입니다. -마흔네 살 마음 사전도 필요해요! 아이들만 자아 찾기가 필요하지 않아요. 늘 변해가는 내 모습 속에서 나의 위치와 ‘나다움'으로 갈등하는 40대를 위한 책도 필요해요. -중년 남편 사용설명서 -꼰대가 되지 않는 방법은? -축구 잘하는 법 …
이 질문들을 숙제로 안고 첫 번째 버스킹 지역인 전주를 떠났다. 다음 버스킹은 어디로 가게 될까?
#컬렉션 버스킹 ‘NEW WAVE NEW LIBRARY'는 느티나무도서관, 노사이드랩, 도서문화재단씨앗이 함께합니다. 여러분의 지역으로 버스킹을 초청해 주세요.
#전주에서 만난 사람들, 함께 응원해요!
"느티나무도서관을 후원하면 티셔츠와 모자를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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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티나무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