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사서가 특별히 궁금한 이웃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느만사〉! 이번에는 발달장애 아동 가족 자조모임 ‘사이에 부는 바람’ 활동가 샛별 님을 만났습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발달장애아동 모임을 만들게 된 인연, 자조모임에서 자원활동가로 활약하게 된 이야기, 사람들이 숨 쉴 구멍을 터주고 싶다는 샛별 님의 바람까지 글에 담았어요.
2025년 세 번째 마을포럼에서 함께 돌보는 마을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다양한 질문을 품은 이웃들이 모였습니다. 매주 희곡 한 편씩 읽는 낭독회 ‘시니어살롱’, 발달장애 아동 가족 자조모임 ‘사이에 부는 바람’, 다올림 장애인권교육센터, 동네 정원을 함께 만들고 가꾸는 ‘동네정원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돌봄을 시도한 이야기와 고민을 나눴어요.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동녘) 의 저자 조한진희 님이 진행을 맡았고, 레퍼런스 패널로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창비) 저자이자 신천연합병원 이사장 백재중 님이 함께했어요. 이웃 모두가 돌봄의 주체가 되는 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궁리한 시간! 현장의 풍경을 공유합니다.
마을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려면
백재중 신천연합병원은 도시빈민운동에 의료지원이 결합하면서 시작한 공익 민간병원이다. 병원과 마을을 연결해주는 창구를 만들고, 지역 단체들과 네트워킹하고 있다. 방문진료를 하는 과정에도 다양한 마을단체들이 기여한다. 최근에는 ‘돌보는 마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국내 돌봄사업의 문제는 사업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마다 주관기관이 달라 지역 단위로 힘이 한데 모이지 못한다. 지역사회 역량의 한계도 분명하다.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이루어지면서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한 시민을 모두 시설에 맡기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마을에서 돌봄 경험을 쌓고 역량을 키울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사업에 마을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핵심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도하지 않으면 돌봄은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탁회의가 필요하다.어떤 돌봄이 필요한지는 마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실행·평가 과정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이 과정은 정부가 대신해줄 수 없다. 설령 정부가 나선다고 해도 주민 참여가 없다면 겉돌 수밖에 없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있는 마을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질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질문자 요양보호사 같은 전문가도 있는데, 왜 마을에서 함께 돌봐야 할까?
황성환(다올림 장애인인권교육센터)장애인계에서는 ‘돌봄’을 둘러싼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시설을 벗어난 자립은 제도적인 장치만으로는 어렵다. 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옆집에 장애인 이웃이 산다면 밥은 먹었는지, 아침에 잘 일어났는지 정도의 안부는 물을 수 있다. 이런 관심이 모여 사회적 돌봄이 된다. 지역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돌봄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지금 여러분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지 않으면 20년·30년 뒤에는 여러분이 시설에 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인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돌봄을 하지 않으면, 훗날 돌봄이 필요할 때 나를 위해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은 타인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제도 너머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
샛별(사이에 부는 바람) 발달장애 아동의 가족으로서, 아이가 커감에 따라 고립되지 않을까 늘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 걱정을 하다 도서관을 찾게 됐다. 사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로서 도서관을 간다는 건 굉장히 긴장되고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도서관 직원들이 아이와 직접 눈 맞추고 인사하고, 먼저 이름을 물었다. 그때 저와 아이 모두에게 문이 활짝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겪은 환대의 경험을 다른 발달장애인 가족들도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가 아니어도 마을에서 같이 사는 일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셨다. ‘이렇게 마을 안에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같이 지낼 수 있구나’ 생각했다. 제 경험으로 알게 된 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더라도 이야기들이 쌓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것이다.
조한진희 돌봄이 제도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이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공적인 제도만으로 돌봄이 완성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돌봄이라는 건 굉장히 일상에 스며있는 아주 사소한 것, ‘눈빛을 마주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 돌봄을 이야기할 때 정부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걸 민간이 때우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정부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제도로서 보장할 것은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돌봄은 제도만으로 결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체적이고 연대하는 정신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컬렉션: 서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누구에게
#커머닝케어 #커뮤니티케어 #마을돌봄 #서로돌봄 #Aging_in_Place
질문에 실마리가 될 컬렉션도 함께 소개합니다. 정책과 제도를 넘어,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간 돌봄공동체 사례부터 내가 사는 동네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존엄하게 나이 들기 위해 어떤 게 필요한지 힌트가 될 자료를 모았어요. 레퍼런스 패널 백재중 이사장님이 자료를 보태주었습니다.
마을포럼 <우리 모두 낯선 사람들>으로 시작한 컬렉션 버스킹! 이주민 커뮤니티의 일상으로 찾아갔어요. 지난 7월 6일은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이하 모이센터) 매월 일요일에 여는 무료 진료일. 느티나무도 컬렉션을 한가득 싣고 달려갔습니다. 모이센터 특별 컬렉션은?〈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세요? Do you like love stories?〉〈글 없는 그림책 컬렉션 Some stories don't need words〉〈보드게임 컬렉션 Game Library〉 언어가 달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료들!
여러나라 언어로 적은 단어와 문장을 엮는 ‘Story Piece’. 통계와 수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자의 이주 경험, 삶을 설명하는 한 문장, 나를 표현하는 단어까지... 여러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콜라주로! 완성한 작품은 11월 느티나무도서관에 전시할 예정입니다.
오랜 회원과 함께한 시간을 기념하는 홈커밍 데이 소식! 지난 8월 23일에는 독서회, 낭독회, 동아리 회원을 한분한분 초대했어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지난 25년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이 스물다섯살 생일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을 기억하고 지켜주신 회원 한 분 한 분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이 공간이 우리의 이야기를 품는 장소로 자라가도록 함께해주세요. 초대를 받은 한 회원의 답장으로 뉴스레터를 마칩니다.
안녕하세요. 문자를 받고 너무놀랐어요.
몽글몽글한 행복한 기억들이 떠올라 벅차올라서요. 한번쯤 가야지 가야지하다가 어느새 현실에 치여 기억에 묻어뒀던 느티나무는 제 학창시절을 대표하는 단어에요. 감동적이네요. 일정상 참석이 어려워 아쉽지만 언젠가 찾아가겠습니다. 괜히 눈물이 나는 게 기분이 참 이상하네요. 다들 너무 보고싶어요. 어린 날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행사가 되길 바랄게요.